달달하고 귀여운거 보고파서 예전에 썼던 썰중에서 괜찮아보이는거 가져왔어요...(결국 축전핑계의 자기만족
이젠 공자의 말도, 맹자의 말도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다. 다만 하루빨리 고려가 바뀌었음 좋겠고 하루빨리 우리가 원하는 새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 하아...오긴 할까...흠?
아주 잠깐 사념에 사로잡혀있던 때, 먼발치서 쿵쿵거리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방과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보지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아 벌써부터 웃음이 나왔다. 문 앞에서 우뚝 멈춘 발소리, 얼마 지나지않아 문이 호기롭게 열렸다.
- 도련님!
- ...푸흐, 넌 줄 알았다. 어쩐일이야?
- 도련님! 날이 아주 좋아요!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게 꼭 집을 나가서 놀고 싶어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강아지같았다. 물론 목적도 똑같지만 있지도 않은 개 꼬리가 꼭 무휼의 뒤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방원은 졌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래. 무료하던 참인데, 바람 좀 쐬고 오자.
- 예, 도련님!
무휼은 걷는 내내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 실없이 웃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괜히 무휼을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방원은 무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탓하지도, 그렇다고 따라하지도 않았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뒷산에 드러눕자마자 방원의 팔을 흔들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켜보이는 무휼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같았다.
- 도련님! 저거 도련님 호패같아요!
- 그러게, 구름이 저렇게 모서리 있기 힘든데...
- 저건 삿갓 같지 않아요?
- 응. 그래보여.
그저 받아주는것에 지나지않은 호응임에도 무휼은 만족스럽다는듯 웃으며 이건 뭐 닮았고 저건 뭐 닮았다며 조잘조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혼자 나물을 캐고, 멧돼지를 잡고, 나무를 베면서 할 거라곤 지칠때마다 하늘을 보는게 전부였다. 너무 심심한 나머지 구름의 모양을 보며 뭐랑 닮았나 이리저리 맞춰보았고 어느새 소소한 재미로 자리잡았다. 몇몇 사람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얘기해봤지만 애도 아니고 뭐하는거냐는 질책만 받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살다가 어느날 저도 모르게 멀쩡히 길을 걷던 방원을 붙잡았었다.
'도련님! 저거봐요! 염소같아요!'
'뭐?'
'...헉, 아니...그게요...'
자신보다 똑똑하고 어른스처운 방원은 더더욱 자신을 질책할 것 같아 잔뜩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오히려 숙인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말은 난 말 같아 보이는데,였다. 그 뒤로 여러번 슬쩍 이야기해봐도 전혀 나무라지않았다. 오히려 날이 너무 좋아 구름이 안 보여 시무룩해하면 먼저 내일엔 재밌는 구름들이 뜰거라며 무휼을 달랬다.
- 도련님도 하나 찾아보세요~
- 아냐, 난 다른데서 뭐 좀 찾아야겠어.
- 어? 어떤거요? 일어날까요?
- 아니, 그냥 있어.
- 예?
주춤거리며 일어나려는 무휼을 오히려 붙잡더니 그대로 다시 눕혀버렸다. 방원의 행동에 당황한듯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바라보았지만 늘 그러했듯 당황한 무휼과는 다르게 방원은 여유가 넘쳤다.
- 그냥 나 보고 있어.
- 뭐, 뭘 찾는데요...?
가까워진 얼굴에 급기야 볼을 붉게 물들이는 무휼을 보고 작게 웃으며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검은 두 눈동자안엔 오롯이 자신의 얼굴만 비치고 있었다. 도련님?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금 저를 불러와 천천히 떨어지며 그대로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 됐어, 찾았어.
- 그, 그래요?
방원을 따라 몸을 일으켜 앉더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했다. 방원의 눈에 비치던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작게 한숨이 나왔다.
- 뭘 그렇게 긴장해?
- 뭐, 뭐라도 하시려는줄알고...괜히 긴장해서...
- 내가 너한테 뭘 해.
- ...그렇죠.
이제 그만 가요. 잔뜩 풀이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도 발끝만 까딱거리고 있자 제 손등 위로 방원의 손바닥이 닿았다. 촉감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맞닿은 입술에 온 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고 방원이 먼저 떨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기겁을 하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 으읍!?
- 그만 가자.
- 예!? 아,아뇨!
이번엔 일어나려는 방원을 무휼이 덥석 붙잡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마주하니 또 망부석처럼 몸이 굳어버린다.
- 구름 더 보고싶어?
- ...아뇨, 구름 말...고...
- 그럼?
차마 말은 못하고 입술만 우물거리며 반쯤 몸을 일으킨 방원의 옷만 구겨질정도로 움켜쥐었다. 방원이 팔을 천천히 흔들자 고개를 들어 눈을 잠깐 마주치는가 싶다가도 다시 숙였고 옷 대신 손을 잡긴했지만 제 손만 바쁘게 꼼지락거렸다.
- 무휼?
- ...또 해주시면 안돼요?
- 뭘?
- ...이,입...
- 입?...푸흐, 이거?
심중을 읽은 방원이 먼저 허리를 숙여 입을 짧게 맞추고 떨어지려하자 얼굴을 먼저 붙잡고서 서툴게 입술을 부벼왔다. 무휼의 입술을 입안에 가득 담으며 혀로 맛보자 얼굴을 감싸던 손이 움찔거렸고 작게 떨리던 두 손은 그대로 내려와 또 다시 방원의 옷을 움켜쥐었다. 두 눈을 꼭 감은채 작게 떠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어리숙해보였지만 그만큼 마음이 수도 없이 갔다.
- 이제 됐어?
- ...아뇨, 아닌거 같아요.
- 그래?
- 응. 아니에요. 더...해주세요...더 많이.
빤히 올려다보며 제 요구사항을 얘기하는 무휼의 모습에 어정쩡하게 일으켰던 몸을 다시 편하게 앉는걸로 바꾸었다. 그대로 얼굴을 감싸며 뺨이며, 이마, 심지어 목까지 여기저기 입을 맞추기 시작했고 쉴틈없이 부볐다. 구름은 잊혀졌고 눈에서 제 모습을 못찾게 되었지만 무휼이 그만 해달라고 할 때까지 꽤나 오랫동안 방원의 입술은 무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