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에서 홀로 연습하는 무휼의 폼이 영 어정쩡하고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누가봐도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고 좀처럼 집중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조용히 지켜보던 방지는 결국 한숨을 쉬며 무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아예 목검을 내려놓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명치부근을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 쓰읍...아, 왜 이러지...
- 뭐해?
- 어, 방지야.
제 아픈거에 정신이 쏠려있다보니 방지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답답한 가슴때문에 급기야 주먹을 쥐고 쿵쿵 두드려보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어 입이
절로 튀어나왔다. 머리위에서 왜 그러냐고 방지가 물어오는 소리에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추자 맞은 편에 조용히 앉아 말해보라는듯 턱을 살짝 움직인다.
- 아니 자꾸 여기가 묵직하고 답답해서.
- 아까 점심때문에 체한거 아냐?
- 체하는게 뭐야?
- ...지금 그러고 있는거.
- 헉, 진짜? 나 그런적 한 번도 없는데...이상하네, 오늘은 왜 체했지?
- 나야 같이 없었어서 모르지...손이라도 따볼래?
- 따? 어떻게?
- 바늘이나 날카로운걸로.
날카로운거. 바늘까지 빌리러 가기엔 은근 거리가 있어 대체할 날카로운걸 찾아보지만 눈에 쉽사리 들어오지 않았다. 나무 잔가시들은 널렸지만 그런걸로 잘못찌르면 손가락이 아예 썩어들어간다고 할머니가 예전에 겁을 잔뜩 줘서 감히 해볼 생각도 안 든다. 문득 시선이 닿은건 방지의 칼이었지만 시선을 느꼈는지 칼을 조금 빼내며 이걸로 하겠냐고 물어오는 방지에겐 살기가 느껴져서 고개를 다급하게 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나 갑분이한테서 바늘 빌려올게!
그 자리에서 바로 손을 따주려는 갑분이때문에 놀라 다급하게 괜찮다고 하니 바늘이 작아서 잃어버릴 수 있으니 어디 가지말고 여기서 하고 가라며 저는 다른 일때문에 사라졌다. 다행히 뒤따라온 방지가 무휼의 손가락에 매듭을 조금 묶어주니 묶여서 피가 안 통하는 탓에 조금 붉어진 제 손가락을 보며 입을 삐죽인다.
- 이제 어떡해?
- ...무서워?
- 뭐? 하! 내가? 아닌데? 완전 아닌데?...아!
- 검진 않네.
- 아...아파...씨, 아프잖아....
갑자기 찔린 바늘에 매듭이 풀려 피가 통하자 조금 저릿한 느낌도 들어 몸을 떨자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잽싸게 돌리니 역시나 범인은 방지였다.
- 팔다리에 칼 베어봤으면서 엄살은.
- 아픈건 다 똑같거든?
오만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는게 어린아이 같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체하면 검붉은 피가 올라오곤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그렇게 심하게 체한건 아니였는가싶기도 해 아니었나,하고 작게 중얼거리자 바로 일부러 찌른 거냐며 억울해 괜히 그렇다고 대답하자 어떻게 아픈거가지고 장난이냐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손가락에 작게 맺힌 핏방울은 떨어질 생각도 없이 손 위에 가만히 있었다. 딱히 닦아줄만한 천도 없어 주위를 조금 두리번 거리다 혀를 내어 피를 닦아내자 놀랐는지 무휼의 손가락이 움찔하며 떨린다.
- ㅇ,야...뭐해...
- 멈춰야할거아냐.
- 아니 그냥 천으로 닦지...내 손 더러우면 어쩌려고...
- 닦을만한게 안 보이잖아, 옷은 더럽고.
워낙 작게 맺힌 핏방울은 몇 번 핥지 않아도 금방 없어져 더이상 피가 올라오지 않았다. 손가락의 붉은 기운이 얼굴로 몰렸는지 잔뜩 열이 오른 무휼의 얼굴을 방지는 모르는척하며 금방 다시 돌아온 갑분이에게 잘 썼다며 바늘을 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