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au(썰과 연재의 중간)/소설
어마무시하게 늦은 발렌타인데이...
멍멍ㅇㅅㅇ
2016. 2. 19. 23:51
과도기를 넘긴 방원무휼의 발렌타인데이ㅇㅅㅇ)/
젊은 여성 신입사원에 풋풋한 연애중인 승연은 남자친구를 위해 주말에 있을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을 만들면서 회사 남성직원을 위한 작은 초콜릿들도 만들어 본인을 닮은 예쁜 포장을 해 한 명 한 명에게 전달했다. 모두들 흐뭇해하며 감사히 받았지만 특히 아인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 와~ 승연씨 솜씨가 좋네!
- 아니에요, 한거 없어요.
- 없기는!?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승연을 보다보니 기분이 참 이상해졌다. 그 당돌하고 모든 행동이 계산적이였던 부인 민다경씨가 이렇게 자신도 아닌 다른 남자를 위해 초콜릿을 만들고 심지어 배려돋게 다른 사람들 몫까지 챙기다니. 웃음이 튀어나오는걸 억지로 꾹꾹 참아냈다. 승연은 아,맞아.하면서 아까 아인에게 건내준 똑같은 포장의 초콜릿을 또 하나 내밀었다.
- 윤대리님께는 아인씨가 전달해주실래요? 전 아직...좀...
- 알아요, 알아. 저빼곤 모두가 같은 마음이죠, 뭐.
아인은 상냥하게 웃으며 초콜릿을 또 받았다. 상사도 눈치를 보는 윤대리인데 다른팀 소속 신입사원이 어찌 스스럼없이 초콜릿을 건낼 수 있을까. 설령 준다고 해도 '이런걸 왜 줘요?'하면서 시비걸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하아, 조금만 부드러워지면 좋았을것을. 아인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 자요, 대리님.
- 안 챙기기로한거 아니에요?
- ...예, 그렇죠. 안,챙,기,기,로, 했죠.
초콜릿을 주는 행동에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쳐다봐서 일부러 또박또박 안 챙기기로 했었음을 부각시키며 말했다. 동성이니 남자여자 따지는건 의미 없으니 그냥 서로 초콜릿 주고 받는게 어떻느냐고 물은게 무려 일주일전이다. 뭔가 거절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야 강하게 들었지만 정말 눈앞에서 혀까지 날름 내밀며서 싫은데?이러는데 무신경하고 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눈물이 핑 돌뻔했었다.
- 근데 이건 부인...이 아니라 다경, 아니, 승연씨가 주는거에요.
세상에, 얼마나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매치가 안되면 한번에 승연이라는 이름이 나오질 않는다. 멀뚱히 바라보던 균상은 아인의 손에 올려져있던 초콜릿을 받아 포장을 뜯어 바로 하나를 꺼내 먹었다. 초콜릿만 가득해보여서 먹기 싫었지만 아인이 균상에게 초콜릿을 주는 순간부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승연과 여직원들의 시선을 빨리 거두게 하기 위함이었다. 예상대로 입에 넣어 몇 번 우물저리가 저들끼리 꺅꺅거리며 그제서야 시선을 돌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성격과 어울리게 사르르 녹는 달디단 초콜릿이였다.
- 어지간히 상상이 안되셨나봐요?
- 예? 뭐가요?
- 정비마마가 이런 작고 앙증맞은 초콜릿을 만들어서 사근사근 웃으면서 돌리는거요.
- 에~이, 아니거든요?
- 그래요?
- ...조,조금?
- 푸하하하!
쾌할한 웃음소리에 모든 직원의 시선이 한 곳에 몰렸다. 바로 옆에 있던 아인은 힘겹게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음을 참았고 평소엔 내본적도 없는 웃음소리를 터트린 장본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틈으로 보이는 얼굴과 귀가 상당히 붉다. 그나마 금방 정신을 차린 아인이 손짓으로 다시 눈치를 준 덕에 다들 시선을 거두었지만 아인은 균상이 작은 목소리로 시발,이라고 욕하는 것을 또렷하게 듣고 말았다.
- 큭, 대리님...크큭, 무휼인줄 알았어요.
- ...나도 아니까 제발 닥쳐요.
꽤나 붉은 기운은 가라앉았음에도 여전히 얼굴을 손바닥안에 숨긴채 웅얼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일단은 두 사람이 연인관계라는걸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겨우 참고 시선을 돌리다보니 유난히 빼빼로가 유난히 많이 보였다.
- 빼빼로 받으신거에요? 발렌타인데이인데?
- 초콜릿만 있는건 싫다고했더니 빼빼로로 주던데요.
눈에 보인김에 먹으려는지 은근히 쌓여있는 빼빼로중에 하나의 포장을 뜯어 오독오독 씹어먹었다. 그러고보면 은근 일하면서 자질구레한 군것질거리가 항상 책상에 놓여있고 즐겨먹는게 본인은 무휼과 전혀 다르다곤 했지만 확실히 전생임을 무시 할 수 없는 습관들이 있었다. 조금전의 웃음소리라던가.
- 그래요?
재주 좋게 손도 쓰기 않고 빼빼로를 서슴없이 먹는 균상의 코 앞으로 다가갔다. 시선에 고개를 돌린 균상을 묵묵히 바라보다 얼굴을 가까이해 입에 삐쭉 튀어나와있는 빼빼로를 한 입 베어물었다.
- 저도 참고하면 되는거죠?
보는 사람이 많은데 겁없이 한 행동임에도 얼굴 하나 안 변하고 남은 빼빼로를 씹어삼켰다. 오히려 보란듯이 아랫입술을 혀로 핥으며 그에게 물었다.
- 담배피러가고싶어요?
두 사람은 회사내에서도 유명한 꼴초였다.
- 네, 많이요.
하지만 순전히 담배를 피우기 위한 제안은 아니었다.
- 하...키스만 하라고...읏!
- 혈기왕성한 이십대한테 너무한거 아니에요?
재떨이위에 담배를 천천히 태우면서 시간을 때우고 저돌적으로 키스와 애무를 퍼부었다. 직원들이 워낙 고집이 강한 균상을 기피하다보니 흡연실이 두 곳이고 한 곳이 거의 균상의 개인 휴식공간이었는데 아인이 들어오고, 둘이 교제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 곳은 가벼운 성욕을 푸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섹스까진 안하는데 오늘따라 아인이 급하다.
- 진짜 안되나요, 대리님? 응?
- 안돼.
- 금방 끝낼게요, 대리님~
- 너만 생각해? 나는?
- 에~이, 제가 세게 나가면 대리님은 저보다 훨씬 먼저,악!
정강이를 걷어차자 차인 곳을 바쁘게 손으로 비비며 야! 무휼!이라고 소리쳤지만 노려보는 시선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균상은 갑자기 아인의 손을 잡더니 손 위로 적은 갯수로 포장 된 곰젤리봉투를 5개 쥐어주었다.
- 어? 대리님?
- 다 먹으면 다른거 또 줄게.
- 다른거요?
- 뭐든 네 예상은 벗어나는 무언가일거야.
작고 은근 질긴 곰젤리는 일을 하면서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5봉지를 전부 먹고 손을 내밀자 건내준건 막대사탕 5개였다. 씹어서 먹지말라고 해서 천천히 핥아 먹다보니 2개밖에 못 먹었는데 퇴근시간이 왔다. 주말은 서로의 집을 번갈아가며 함께했는데 오늘은 균상의 집에 가는 날이었다.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낮에 쌓였던것을 풀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그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급하게 밀어넣어 문을 닫고는 대뜸 입부터 맞추었다.
- 읍...뭐...하,는...
- 아까 낮부터 너무 하고싶어서.
- 안 비켜?
- 응.
언제든 그와의 섹스는 유쾌했다. 무휼과는 전혀 다른 반응과 행동을 비교해본다거나 예전과 미묘하게 바뀐 성감대를 새로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무슨 옷을 입고 있어도 색기가 넘치고 유혹적이지만 깔끔한 정장을 구기며 밀어붙이듯이 몰아세울때가 가장 기분이 짜릿하다. 강제로 몸을 돌려 상체를 붙이곤 벨트와 지퍼를 풀어내 손을 집어넣었다.
- 아! 야,읏...
- 왜 이렇게 대들어요, 무휼땐 안 이랬잖아.
- 그땐...읏,멍청해서...힘이 있었어도 대들지 않았었어.
- ...맞아요, 그래서 대리님이 좋아.
과도기를 지난 지금 무휼의 기억은 더이상 균상을 괴롭히지 않았다. 그저 어느순간 강하게 박힌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의 일대기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는 별개의 존재같았다. 때문에 균상도 아인도 서로의 과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인은 낮에는 순하고 남을 생각하는 무휼이 균상보다 좋다는 생각을 종종하지만 섹스할때만큼은 무휼보단 균상이 더 좋았다.
- 그 땐 손만 잡아줘도 좋아서 얼굴붉혔던 무휼이...이렇게 똑똑하고 잘나게, 자존심도 강한 연상의 윤대리가 되서,
손길은 더욱 끈적해졌고 균상의 숨소리도 더욱 뜨거워졌다. 바지와 속옷만 살짝 벗겨내 뒤를 파고들자 허리가 한껏 휘어 가슴과 뺨이 벽에 쓸렸다.
- 하기 싫은데 어리고 짐승같은 후배한테 힘에 밀려서 이렇게 벽에 가슴을 바짝 붙이고 뒤를 대주고 있다는게 너무 좋다구요.
- 흣!
- 그리고 머리를 안 따라주는 본능에 자존심 상해서 눈물 흘리는거...진짜 치명적이에요. 모르시죠? 방지는 착해빠져서 이런짓 안 했을거야. 대리님이 하고싶어하실때만 했겠지.
몸이 자꾸만 벽에 부딪히고 벗지 못한 정장때문에 갑갑하고 흥분감에 달아올라 땀이 흘러내렸다. 재킷만이라도 벗고싶었지만 아인이 저지했고 아인의 허리짓에 의해 흔들리고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단추를 풀러 가슴은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했다. 차라리 전부 벗어버리거나 지금 가버렸으면 좋겠는데 아인은 그럴기미가 없어보였다.
- 그만...아,그만해!
- 정말요?
반쯤 포기하고 말한것인데 의외로 아인은 순순히 그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돌려 주저앉았다.
- 하아...하...
- 이대로 그만해요? 여긴 이렇게 난리인데?
구두채로 잔뜩 발기해있는 균상의 것을 툭툭치며 능청스럽게 물었다. 자신도 똑같은 상황이면서 뻔뻔하게 그지없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아인은 균상의 신을 벗겼고 자신의 신도 벗어 집안으로 들어왔다. 현관문을 들어선지 15분만에 거실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 혼자하는건 자존심 상하잖아, 나이가 몇인데...아냐?
다시 손으로 슬금슬금 자극하며 아인이 물었다.
- 짜증나는 왕같으니.
- 어명은 받들라고 있는거지.
퇴근하기 직전까지 먹은 사탕탓인지 키스는 쓸데없이 달콤했다. 현관에서부터 그렇게 몰아세우더니 막상 침대위에선 다정하게 안아주었고 기분이 조금은 풀려서 허리도 돌려주고 쇄골뼈에 진하게 키스마크도 남겨줬다. 그렇게 한바탕 신나게 뒹굴고 저녁을 먹는데 아인은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
- 맞다! 나 준다는건 이 사탕이 끝이에요?
- ...다 안 먹었잖아.
- 엥? 더 있다는거에요?
- 흠...근데 아까 먹는 속도보니까 다 먹으면 오늘이 끝나갈거 같긴한데...
6시 30분에 퇴근해 집에 도착했을땐 7시가 넘었었고 뒹굴고 씻다보니 벌써 시간은 9시를 향하고 있었다. 시계를 빤히 쳐다보던 균상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밥을 입에 넣었고 아인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뭔데 그래요?
- 다 먹고 설거지해주면 줄게.
- 어? 그거면 되요?
- ...될거야, 아마.
몇 개 안되는 그릇들은 금방 씻을 수 있었다. 5분도 안 걸리는 짧은 설거지를 마친 뒤 아인은 싱크대에 몸을 기대며 침대에 엎드려 TV채널을 돌리는 균상을 빤히 쳐다보았다.
- 설거지 다 했는데요.
- ...냉동고 열어봐.
- 냉동고요?
- 응.
- 하하하하! 이거 뭐에요? 귀엽다~
냉동고를 열자 눈에 보인건 작은 상자였고 상자안에 든건 반지모양의 초콜릿 8개였다. 크기가 제각각인걸 보면 손가락별로 끼우는 것 같은데 직접 만든건지 어디서 산건지는 알 수 없으나 4개의 다크 초콜릿반지와 4개의 화이트 초콜릿반지는 커플링 같은게 귀여웠다.
- 발렌타인데이는 주말인데, 일찍 줄 필요는 없잖아요?
- 싫어?
- 싫기는요, 완전 좋은데?
- 가져와.
손짓하는 균상에게 냉큼 달려가 침대에 앉자 화이트로 끼워달라며 왼손을 쓱 내밀었다. 그 행동이 너무도 귀여워 손에 한번 입을 맞춘뒤 크기를 비교하며 하나하나 손가락에 끼워줬고 균상도 아인에게 똑같이 다크초콜릿을 왼손에 하나씩 끼워줬다. 초콜릿반지들은 하나같이 딱딱 사이즈가 꼭 맞았다.
- 치수는 언제 알아낸거에요?
- 그쪽 주무실때요.
- 푸흣.
- 뭐해, 먹어야지.
- ...아깝다. 은근 예쁜데 이거.
- 아까우니까 천천히 먹어.
균상이 먼저 시범으로 아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빨아먹어보였고 아인도 따라서 균상의 손가락의 초콜릿을 빨았다. 검지, 중지, 약지까지 천천히 다 먹은 뒤의 마지막 새끼손가락의 초콜릿은 조금전까지의 반지들과는 달리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않았고 단단했다.
- 어?
- 흐흥.
당황하는 아인을 보며 균상은 재밌어했다.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균상은 반지를 살살 긁어내 겉포장지를 벗겨냈다.
- ...헐.
- 짠.
반지는 초콜릿색의 포장지를 벗겨내자 밝은 은색을 띄고 있었다. 급하게 벗겨낸 균상의 화이트초콜릿반지 또한 자신과 똑같은 색과 모양의 반지로 탈바꿈했다.
- 프러포즈 반지는 전하가 하셔요.
- ...와.
- 무휼은 생각도 못했을테지?
- 대리님, 사랑해요.
- 푸핫!
- 진짜, 정말로요.
- ...알아.
따뜻한 웃음이었다. 그저 아무말 없이 살짝 눈을 휘며 입꼬리를 올리는 부드러운 웃음. 첫눈에 반한것처럼 가슴이 다시 바쁘게 뛰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이런 로맨틱한 상황을 만들어준 달콤한 초콜릿맛이 나는 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