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처음써봐....
우리 일곱번째부인8ㅁ8)/
- 아저씨, 우리 엄마 좋아하죠?
- ...뭐?
비서실장의 당돌한 아가씨가 로비에 찾아왔다고하기에 내려갔더니 다짜고짜 제 엄마를 좋아하느냐고 물어왔다. 멀쩡히 가정있는 사람한테 제 엄마를 좋아하느냐고 묻다니, 한순간에 사랑과 전쟁을 찍게 만든 아가씨의 코끝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한껏 뾰루퉁한 얼굴로 눈을 치켜뜬다. 이거 봐라?
- 얘, 내가 아니라 선미겠지.
- 아, 뭐야. 태미아저씨였어요?
- 어머? 나라고 실망할건 뭐니?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지 연신 입술을 삐쭉삐쭉 내밀며 발을 동동구른다. 하아, 제 아들도 이 또래지만 도무지 말을 해주지 않으면 무슨 생각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하자 어린게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올려다본다.
- 근데 우리 형이 너네 엄마 좋아하는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 우리 오빠 몰라요.
- 걘 직접 말해도 안 믿을놈이구, 왜 물어본거야? 맞다고하면 어쩔거고 아니라고하면 어쩌려고?
- 맞다고하면 때리고, 아니라고하면 울어버리려고했어요.
- 으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린 아가씨를 품에 안고 들어올려 로비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고 다리에 앉히자 다리를 휘휘저으며 제 발끝만 본다.
- 네가 왜 울어?
- 좋아하는거 아니면 우리 엄마가지고 장난치는거잖아요.
- 아니 그녀석이 벌써 너네 엄마한테 몹쓸짓이라도 한거야? 이 새끼가 정말?
- 비밀이야!
- 아니 비밀일게 뭐있어? 당장 멱살 잡고 흔들어야지?
- 분이야, 어딨어?
- 엄마!
꼬마 아니랄까봐 제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빠져나와 쪼르르 엄마품에 안긴다. 에휴, 한숨을 쉬며 일어나 비서실장에게 다가가니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건낸다.
- 고마워요, 태미씨가 우리 아이랑 있었어요?
- 용케 구분하시네요?
- 선미씨는 좀전까지 저랑 있었으니까요, 축지법이라도 쓰셨겠어요?
제 딸을 안아올리곤 몸을 돌려 뒤통수를 벅벅 긁다 굉장히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비서실장님! 부름에 바로 몸을 돌려 바라보지만 얼굴을 씰룩거리며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곰탱이 같은 제 형이 저 어린 꼬마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했다면 울어버릴 행동이 무엇일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 왜 그러시죠?
- 형이 괴롭혀요?
- ...예?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노려보는 아가씨덕분에 바로 꼬리를 내리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이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빨리 가자는 재촉에 알았다며 시야에서 멀어졌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자 오늘은 또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물어와 귀찮아 손사래를 치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자신의 가족들과 비서실장의 가족들이 다같이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 자그마한 액자에 담겨 책상에 놓여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 저런 앙큼한 아이가 조카가 되는건...좀 많이 생각해봐야겠는걸?
쌍둥이 아우가 딸을 상대하는 사이, 형은 그녀의 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경호업무를 마치고 그녀의 부탁에 그대로 차를 몰아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마중을 간 것이었다.
- 삼촌 우리 엄니 좋아해요?
- 네가 느낄정도라니.
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녀석까지 느꼈다는것에 새삼 놀라워하며 차안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었다. 내가 너네 엄마 좋아하는게 싫어? 그의 질문에 아들녀석은 한참을 끙끙거리며 눈치를 살피더니 아이스크림을 입안으로 밀어넣고는 우물거린다.
- 태미삼촌이였음 싫었다고 할건디,
- 걔 이미 결혼했어.
- 삼촌은 괜찮네요.
- ...기뻐하면 되는거야?
- 울 엄니도 삼촌 좋아해요?
하아. 그의 물음에 나오는건 한숨뿐이었다. 그제야 자신이 물어보지 말았어야하는것을 물어봤다는걸 깨달은 비서실장의 아들은 급하게 안전벨트를 매며 빨리 집으로 가자며 재촉했다. 아직 다 먹지 못했던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은 뒤 차를 몰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엄마를 보고가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회사로 돌아왔다.
다음날 그는 제법 일찍 회사에 출근해 곧장 회장실이 있는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조금 걸으니 회장실문이 보이고 바로 맞은편에 준비된 데스크엔 비서실장 연향,이라는 명패가 올려져있고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그녀가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눈길도 주지 않고 서류와 스케줄표를 살피는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다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준다.
- 회장님 아직 스케줄 시간 아닌데요?
- 압니다.
- 1시간이나 일찍 오셨네요.
일찍 왔다는 생각은 했지만 1시간이나 일찍 온줄은 몰라 꽤나 당황하고 있자 작게 웃으며 옆자리에 빈 의자를 툭툭 두드렸다.
- 차 드실래요?
건내준 차를 마시고, 정말 차만 마시며 조용히 있었다. 그녀는 회장이 오기 전까지 일정을 파악하고 동선을 짜야했기때문에 하루 중 지금이 가장 바쁘다는걸 알기에 그는 조용히 바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후우. 정리를 마쳤는지 그제야 커피를 한모금 마셔 그도 천천히 입을 열어본다.
- 이제 방지도 알아요.
- 그래요? 우리 땅새도 알아요?
좋아합니다,
사춘기 어린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고백하듯 서툴기 그지없는 고백이었다.
못 믿겠네요,
깔끔한 성격만큼이나 깔끔한 대답이었다.
대신 기회를 줄게요, 모두가 느낄정도로 티를 내줘요.
그럼 그 다음엔 당신이 티를 내주겠습니까?
그때 그녀는 답이 없었지만 그는 갖은 노력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덕분에 회사내에선 두 사람의 간질거리는 썸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가장 둔한 그녀의 아들마저도 두 사람의 수상한 기류를 느꼈다. 딸깍.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약간의 정적뒤에 이어졌다.
- 그럼...이제 제 차례인가요?
질문과 동시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잡아쥐는 손에 귀가 붉어진건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