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사약이다 헉허헉
멍멍ㅇㅅㅇ
2016. 2. 26. 08:47
지란무휼이다 흐헉헉
돈은 없지만 세련된 20대 청춘들의 몸을 풀기 위한 클럽보다는 살짝 구닥다리에 서있는곳보단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많았고 30대이상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이트는 나이만큼이나 술도 안주도 서슴없이 시키고 웨이터 삐끼가 마음에 들면 팁도 과감하게 줬다.
- 누나누나, 오늘은 남자 안 고파요?
그 삐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건 무휼이었다. 훤칠한 키와 튼튼한 체격, 게다가 훈훈한 얼굴로 누나라고 불러주는데 어느 여성이 싫어할까. 알바를 시작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인지도와 직책은 꽤나 높았다.
- 누나는 너가 먹고싶다니까?
- 에헤헤이~ 나 먹음 잡혀갈걸?
철컹철컹! 여성들은 농담이 과하다며 웃어보였지만 완전 틀린말은 아니였다.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여성들은 무휼에게 있어 예외없이 모두가 누나였다. 그는 원칙적으론 이곳에 들어올 수도 없는 민증도 없는 미자다.
나름 집이 잘 산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그 비싼 사립학교를 들어갔지만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않아 부모님이 사고로 죽었다. 돈이 넘치는 집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빚쟁이 부모님들이었고 차 한대 남은걸 팔아 초라한 하숙집에 들어갔다. 학비는 어마어마하게 비쌌고 하숙집 방값과 등록금을 위해 무휼은 뭐든 해야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 무휼! 6번방 우르르 나간게 빈 방 될 거 같으니까 가봐.
- 넵!
원래는 잡일포함해서 6개로 엄청 몸을 혹사시켰는데 요즘은 여기 삐끼일이 수입이 좋아 3개로 줄였다.
- 수고했어.
성계는 만족스럽다는듯이 웃으며 지란의 등을 두어번 토닥였다. 걸치적거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 접대한 사장은 쓸데없이 요구하는게 많았다. 지란이 조금이라도 논리적인 이유를 말하지 못했더라면 자신들의 회사가 휘돌려질뻔했다. 그걸 면한 지금이 성계는 아주 맘에 들었다.
- 나도 이만 가봐야겠어, 자넨?
- 좀 더 쉬었다가겠습니다. 오랜만에 말싸움해서.
- 하하하, 그래. 내일 보지.
성계까지 나가고 홀로 남은 방에서 지란은 잔에 남은 양주를 전부 털어넣었다. 잠깐 눈 좀 붙일까하는 생각에 등을 기댔는데 거침없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헉...계셨네?
아이, 빈 방이라며. 무휼은 괜히 죄송한마음에 사과를 하고 빈병과 접시만 치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뭐 더 필요하신거 있어요? 누나들 불러다 줄까요?
시선을 느낀 무휼이 먼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순하고 여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 나이트에 들어왔을때부터 꽤나 인상이 깊게 박힌 놈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젖비린내가 나고 동안이라기보단 그냥 제 나이대의 얼굴인것 같았다. 나만 혼자 신나게 떠들었으니 남이 떠드는 소리나 들어볼까. 지란은 자신의 옆자릴 툭툭 두르렸다.
- 잠깐 앉아서 이야기나 하지.
- ...
- 한시간치 돈은 충분히 줄수있어, 바로 줄게.
일 안하면 안 하는만큼 까이는데,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손님은 바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흔들어보였다. 헉, 신사임당! 개이득! 무휼은 바로 더 활짝 웃으며 그의 옆에 답삭 앉았다.
- 그래서 무슨 얘기할까요?
- 몇살?
- 스물인데요?
지란은 즉답으로 들려오는 무휼의 나이를 듣자마자 이제 막 미성년자 딱지를 떼었기때문에 이렇게 젖비린내가 가득했던것이군,하며 수긍했지만 당당하게 제 나이를 3살이나 올려부른 무휼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평소에도 스무살이라며 뻔뻔하게 구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가슴이 너무 미친듯이 뛰었다.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지란의 눈에 비친 무휼은 삐끼일이나 하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은 곧게 잡힌 바른 사내였다. 빚때문에 순식간에 알거지가 되었었음에도 착실하게 집을 찾고 공부까지 하겠다며 학비를 벌고있다니 옛날 자기 생각이나서 애틋해보이기까지 했다.
- 내가 널 후원하지.
- ...저를요?
- 내가 부를때마다 이렇게 종종 옆에서 떠들기만 해.
- 헐...이거 설마 원조교제?
- 하하하하! 왜, 몸까지 주고싶니?
갑자기 불쑥 다가오는 지란의 얼굴에 으악!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기겁을 하는 그의 반응이 귀여워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 그냥 어릴때 내 모습같아서 그래.
- ...좋아요, 그럼 시간은 제맘대로 할래요.
- 그러시죠. 대학생 시간표는 내가 모르니까.
자, 계약. 무휼은 대뜸 지란에게 새끼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실로 어린아이같은 그 행동에 지란은 호탕하게 웃으며 약속도 하고 사인에 복사, 코팅까지 완벽하게해주며 계약을 성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