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와 욕쟁이
블로그에 올리기엔 너무 짧아서 그냥 여기에 올리는 환생 방원무휼...찌질한 방원이랑 욕쟁이 무휼이 보고팠<<<
퇴근하고 함께 돌아가는 길에 이도를 닮은 사람을 마주쳤다. 순간 착각할 정도로 많이 닮았지만 두사람 모두 이전에 특별한 꿈을 꾸지 못했기때문에 환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인은 덕분에 평소엔 생각치도 못했던 가정이 세워지면서 불안해지고 말았다. 전생의 무휼은 이도 그를 위해 자신에게 칼도 겨누었던 사람이다. 정말 이도의 환생이 눈 앞에 다시 나타나고 기억도 온전히 가진 채, 남자를 좋아하고, 무휼과 마주치게 되면 무휼은 무슨 반응을 보일 것이고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불안과 걱정이 쌓이고 쌓여 결국 주차장으로 걸어가려는 균상의 손목을 붙잡았다.
- 자고 가요.
답지않은 불안한 눈빛에 잠만 자고 가기에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딱하다, 이방지도 이방원도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없었다.
- ...알았어.
그의 집은 차따위도 필요없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그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내내 아인은 답지 않게 조용했고 겁먹었다. 소유욕의 잘못된 표현일수도 있겠다. 자신은 착해빠진 무휼이 아니기에, 궁상떨지말라며 떨쳐버리고 집을 가버릴 수도 있었다. 비밀번호를 눌러 집을 들어와서도, 균상이 먼저 씻고 와서 목욕 가운으로 갈아 입고 침대에 걸쳐앉아 아인을 올려다보는 상황에서도 그는 불안해했다.
- ...개새끼.
- 예?
- 꿇어.
갑작스러운 명령에 아인은 다시 한 번 예?하며 되물었다. 무릎 꿇으라고. 팔짱을 낀 채 다리까지 꼬고 명령하는데 살기까지 느껴졌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툭. 툭. 무릎위 걸쳐져있는 긴 다리의 끝에 있는 발이 아인의 턱을 건드렸다.
- 대,대리님?
- 아까 그거 세종아니잖아. 너도 나도 최근 몇 달 꿈꾼적도 없어, 아냐?
- ...
- 말해.
- 맞아요.
- 근데?
- ...대리님, 이도 나타나면 이도한테 갈거에요?
턱에 닿아있는 그의 발을 살짝 떼어내 발목을 감싸쥐었다. 발등에 입을 맞추고 살내음을 맡았다. 고개를 들자 가운사이로 보이는 속옷이 아찔하다.
- 대리님 진짜진짜 사랑해요.
- 알아.
- 무휼도 좋지만 역시 윤대리님도 섹시하고 사랑스러워요...다 예뻐...다 좋아요.
- ...아인아.
- 이도 녀석 나타나면 그자식 죽여버릴거에요. 뺏기기싫어...날 버리지마요.
- 아, 진짜 지랄 좀 그만해!
균상은 신경질을 내며 발바닥으로 아인의 얼굴을 뭉개고 밀쳐버렸다. 중심을 잃은 아인은 당연히 뒤로 넘어졌고 자신이 당한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지 잔뜩 얼빠진 얼굴로 균상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 방지도 그렇고 왜들 이렇게 찌질한거야. 하, 진짜 짜증나.
- 어...대,대리님?
- 이보세요, 방원도련님!
- 예! 아니, 어? 뭐?
씻고 오기나 하세요, 몇 십분째 정장이야. 균상은 투덜거리며 엉금엉금 기어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아인은 그제서야 자신이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고 뒤늦게서야 샤워를 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누워있던 균상은 갑자기 업무가 생겼는지 안경까지 쓰고서 아인의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눈치를 보며 침대에 같이 앉는데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별말안하고 키보드만 바쁘게 두르린다.
- 화났어?
- 도련님이라고 불렀다고 반말이야? 예, 화났어요. 일 들어온거 하고 있으니까 반성 좀 하고 있을래요?
- 아니...나는.
- 이방원 도련님.
- 응?
- 대군마마.
- 응.
- 전하.
- ...응.
- 상황전하.
- ...
- 저한테 10번째로 고백하셨을때, 제가 뭐라고 하면서 거절했었어요? 그 때 하신 대답은요?
아인은 10번의 구애끝에 균상과 사귀게 되었다. 처음엔 그가 무휼의 환생이라는 확신이 없었음에도 대쉬했다. 그 첫 시도 땐 그냥 싫다고 그랬고 두번째때는 연하라서 싫다, 세번째때는 자기보다 키가 작아서 싫다, 네번째때는 자기보다 돈 못벌어서 싫다, 다섯번째때는 또 다시 그냥 싫다며 성의없는 거절만 했었다. 그러다 여섯번째 고백을 했을 땐 무휼이 균상의 전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고백의 거절이유도 그럴듯해졌다. 여섯번째엔 자신은 지금 뒤늦게 전생이 떠올라 괴롭다며 거절을 했고, 일곱번째 고백을 했을 땐 비슷한 이유로 자신은 무휼이 아니라 윤균상이고 싶다며 거절 했고, 여덟번째 고백을 했을 땐 그저 울면서 고개를 저었고, 아홉번째 고백을 했을 땐 아인이 방원의 환생이기때문에 거절했고, 마지막 열번째 고백을 했을 땐 자신의 전 애인은 방지였다고 고백을 했다. 그와 오랫동안 사귀었고, 사랑했지만 자신이 전생을 떠올리면서 방지는 만난적도 없는 방원을 견제했고 피폐해지는 스스로가 너무 싫어서 방지가 먼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고 했다. 생각이상으로 그를 사랑했었기에 괴로웠고, 전생에 얽히는 연을 다시 맺으면 사랑을 하게 되도 결국은 방지와 같아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 마지막 거절을 듣고 아인이 한 말은 단 한마디였다.
- 겁먹지마...뭐든.
- 당신때문에 머리아프고 토할거같은데도 마지막 고백을 받아준건 그 말에 힘이 느껴져서였어요.
- ...
- 너도 겁먹지마. 전에도 말했지만 방지도 내가 찬게 아니라 차였다고.
- 그자식은 지가 뭐라고 찼데요?
- 그러니까 너도 쓸데없이 혼자 소설 쓰지말라고.
- 알았어?
- ...예.
맥이 빠지는 대답이였지만 균상은 노트북을 덮어 협탁위에 올려놓고 안경도 벗어 그 위에 올려놓았다. 제 꼼질거리는 손가락만을 바라보고 있는 아인의 턱을 들어올려 입을 맞췄다.
- 나 모처럼 섹시하게 가운만 입고있는데.
- ...
- 가만히 있을거야?
- ...그럴리가요.